묻고답하기 카톡상담
2018-01-04 13:30:53 388
사쿠라
L1230918.JPG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황지우 수은등 아래 벚꽃’ 중에서





L1240001.JPG





4월 초의 교토에 머무를 수 있다면 운이 좋은 사람이다사월의 첫 주그 짧은 시간 동안 교토는 벚꽃이 장악한 도시가 된다일제히 피어나 일제히 지는 벚꽃을 향한 일본인들의 지극한 애정은 도시 전체를 분홍빛으로 물들인다눈을 두는 곳마다발을 내딛는 곳마다 꽃길이다.







L1240817.JPG





L1240615.JPG




강물 위로도절간의 뒤란에도기모노를 차려입은 처녀의 어깨 위로도 연분홍 꽃잎이 쌓여있다찰나의 시간일지언정 봄의 교토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이 된다. ‘화무십일홍이니 강변으로공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급해진다이 꽃이 다 지면 어쩌나벌써부터 근심이 깊어진다촘촘한 그물처럼 도시를 뒤덮은 벚나무 가지 아래 서면 아무리 무딘 심장의 소유자라 해도 두근거릴 수밖에 없다.



L1240595.JPG







세상은 사흘 보지 못한 사이에 벚꽃이라네”.

봄철의 교토에서는 나도 모르게 하이쿠 한 수를 읊게 된다. 

벚꽃 핀 교토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철학자의 길을 걷고가모가와 강변을 걷고아라시야마 산길을 걷고청수사로 향하는 언덕길을 걷고기온의 고풍스러운 골목을 걷는다.




L1240035.JPG





어디에나 벚꽃이 따라온다후두둑 비처럼 떨어지는 꽃잎이 온 몸으로 내려앉는다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사월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처럼머리와 어깨를 덮은 꽃잎을 털어내며 걷는다그렇게 걷다 보면 마음에도 연분홍 꽃물이 들 것 같다.




L1240144.JPG




4월의 봄날 오후나는 일본인 친구와 함께 아라시야마의 강변에 앉아 있었다우리는 둘 다 기모노를 차려입고 있었다두 나라 사이의 깊은 골 때문에 내 나라에서는 누구도 입고 다니기 어려운 옷이었다그곳은 일본이었고벚꽃의 계절이었고대기에는 봄기운이 농염하게 번져있었다친구가 입혀준 내 기모노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우리는 낭창낭창 늘어진 수양벚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았다그녀가 가방 속에 넣어온 다구 세트를 꺼내 차를 우렸다벚나무 아래 앉아 그녀가 우린 녹차를 마시며 광합성을 즐겼다.






L1240216.JPG








강변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을 말없이 지켜보기도 하고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처녀의 날렵한 발놀림을 감상하고결혼사진을 찍는 커플의 애정행각을 슬며시 훔쳐보기도 했다꽃그늘 아래 혼자 앉은 노인의 뒷모습에 괜히 가슴이 아리기도 했다.




L1240286.JPG




그 모든 풍경이 현실이 아닌 듯 아스라했다이 도시의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해마다 보고 산다는 거지문득시기심이 일었다.



L1240509.JPG



L1240449.JPG





교토를 향한 내 애정에는 늘 약간의 불편함이 깃들어 있었다. 세련되고 화려한 도시는 낮이나 밤이나 완벽한 화장을 하고 차려 입은 여인을 보는 것처럼 부담스럽기도 했다이 도시 사람들의 몸에 밴 예의범절이 가끔은 그저 마음 없는 몸짓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교토에서는 그런 이물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대기에는 달콤한 향내가 떠있는 것 같고길을 가는 이들은 지상에서 5센치쯤 발이 떠 있는 것 같았다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잠시나마 이 풍경 속에 서있을 수 있어 그저 고맙기만 했다. 




L1240334.JPG





이 무렵의 쿄토는 어디든 하나미(꽃놀이)’를 즐기러 나온 인파로 붐볐다직장의 신입사원이나 대학의 신입생에게는 꽃놀이용 명당자리를 맡는 임무가 주어진다남에게 폐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인들이 거의 유일하게 소란을 떠는 때가 이 시기다술에 취해 소리가 높아진발그레한 얼굴로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L1240538.JPG





봄의 교토에서는 꽃에 취하고술에 취하고분위기에 취해 마음이 헐거워진다꽃그늘 아래선 생판 남인 이가 없다고 이 나라의 시인이 읊었다벚나무 아래 혼자 앉아있으면 어쩐지 억울해져서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진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보다 얇은 사람의 마음에 다시 한 번 기대고 싶어진다, 4월의 교토에서는.


L1240068.JPG




L1240145.JPG





Travel Tip

 

<교토의 벚꽃 개화시기>

보통 3월 말부터 4월 첫 주 무렵일본 기상청에서 해마다 벚꽃 개화 시기를 공지한다 


교토_(1).JPG






<교토의 벚꽃 명소>

 

1. 기요미즈데라 (淸水寺)

가을 단풍만이 아니라 봄의 벚꽃도 아름다운 곳청수사 가는 길의 산넨자카와 니넨자카의 기와지붕 사이로 피어난 벚꽃이 소박하면서도 정취 있다. 3/26 - 4/10 야간 개장 라이트업

 

2. 아라시야마 (嵐山)의 강변과 공원

카츠라 강변과 도게츠교 주변나카노시마 공원의 벚꽃이 유명하다주변의 산 전체가 희끗희끗한 핑크색으로 물든다.





L1240257.JPG



3. 철학자의 길 (哲学)

긴카쿠지(銀閣寺)에서 난젠지(南禅寺)로 이어지는 2킬로미터의 산책로운하를 따라 벚나무 뿐 아니라 조팝나무와 개나리가 어우러져 피어나는 풍경이 화려하다.




L1230980.JPG






4. 마루야마 공원 (円山公園)

벚나무 680그루의 벚나무와 수령 220년의 수양벚나무로 유명한 곳교토 시민들의 벚꽃놀이 명소다. 3/26 - 4/10 야간 개장 라이트업.


L1240529.JPG




5. 헤이안진구 신엔 (平安神宮神苑)

헤이안 신궁 안의 일본정원은 수양벚나무가 일품신궁 앞 공원과 주변 수로도 벚꽃시기에는 라이트업을 한다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 벚꽃을 감상하기에 좋다.

 

6. 기온 시라카와 (祇園白川)

낡은 목조주택이 늘어선 하천 주변으로 피어난 벚꽃강변의 이자카야에서 사케 한 잔을 시켜놓고 벚꽃을 즐기기에 좋다.

 

7. 모토리궁 니조성 (元離宮 二条城 )

세계문화유산인 니조성의 정원도 벚꽃으로 유명하다. 3/25-4/17까지 야간 개장 라이트업.

기모노를 입고 가면 입장 무료.





L1240322.JPG



8. 히라노 진자 (平野神社)

50여종에 이르는 5백여 그루의 벚나무가 화려하게 피어나는 신사. 3/26 – 4/20 야간개장

 

9. 고다이지 (高台寺)와 엔토쿠인 (円徳院)

모래정원과 대나무 숲길로 유명한 고다이지에서는 해마다 주제를 달리해 정원을 꾸민다정원 앞 수양벚나무 한 그루의 위용이 대단하다. 3/12 - 5/8 야간 개장 라이트업고다이지와 엔토쿠인을 잇는 골목 네네노미치도 운치 있다.

 

10. 가모가와 (鴨川강변

벚꽃을 보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교토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강변에 늘어선 벚나무 그늘 아래 앉아 봄볕을 즐기기에 좋다.




L1240471.JPG





11. 다이고지 (醍醐寺)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벚꽃놀이를 즐겼던 곳. 8백 그루의 벚나무들이 번갈아 피어나 오래 벚꽃을 즐길 수 있다.

 

12. 닌나지 (仁和寺)교토에서 가장 늦게 피는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이곳의 오무라자쿠라는 개화시기가 늦은 벚나무다.




L1240555.JPG



L1240652.JPG








카카오톡상담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동의함

전체내용보기

( 0개 )
( 0개 )